올 1월, 중계기 임대료를 관리규약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한 부산 해운대구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A씨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5,000만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면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관리주체는 자금 관리의 투명화를 위해 월별로 관리비·사용료 및 장충금의 징수·사용·보관 및 예치 등에 관한 장부를 작성해 이를 증빙자료와 함께 보관하고, 잡수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은 예산이 부족한 관리비의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해당 연도의 관리비 예산 총액 100분의 2 범위에서 예비비로 적립하며, 남은 잔액은 장충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따라서 해당 관리규약에 따라 중계기 설치장소 제공에 따른 임대수익 또한 잡수입으로서 매년 말 장충금에 적립해 장기수선계획에 의해 공동주택의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리사무소장 A씨는 한 통신사로부터 받은 임대료만 정상적으로 장부 처리를 하고, 나머지 두 통신사로부터 받은 중계기 임대료 약 6,191만원에 대해서는 아파트 장충금에 적립하지 않고, 수입 내역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채 아파트 잡수입 계좌가 아닌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계좌에 입금해 임의로 사용했다.
당초 1심에서는 “중계기설치장소 임대료가 입금된 A씨 명의의 예금계좌 거래내역에 의하면 직원 간식비용, 청소원추석선물, 방충망, 종무식 경비 등 아파트를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A씨가 사적으로 거래한 내역은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과 “입주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해당 아파트에 관해 관할 세무서장이 발급하는 고유번호증을 자신의 명의로 받아 업무를 수행했는데, 아파트 잡수입 관리의 편의를 위해 자신 명의로 위 예금계좌를 개설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리고 “아파트의 잡수입을 관리하는 위 예금계좌로 중계기설치장소 임대료를 받은 다음 이를 아파트 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한 후 해당 내역을 잡수입 출납부에 기재하고 입주자운영위원회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 등을 이유로 “피고인 A씨가 위 6,191만여 원을 불법영득의사에 기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타인으로부터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경우에는 그 사용행위 자체가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죄가 성립함이 원칙”이라며 “중계기 임대료가 사용된 용도는 아파트의 장기수선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관리직원의 급여나 복지에 주로 사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 A씨가 중계기설치장소 임대료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결했다.
잡수입은 입주자(소유자)가 단독으로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중계기 설치장소 제공에 따른 임대수익, 어린이집 운영에 따른 임대수익 등)과 입주자와 사용자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주민운동시설 사용료, 알뜰시장 수익 등)이 있다.
잡수입의 집행에 대해서는 각 시·도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따라 단지별 관리규약으로 정하고 있다. 보통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은 장충금으로 적립하고, 입주자와 사용자(입주자 등)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은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 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우선 지출하고, 나머지 지출 잔액은 공용 관리비로 차감하거나 예비비로 적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충금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용도로만 엄격하게 사용해야 하고, 이를 전용하고자 하는 입대의의 결의가 있더라도 그 결의가 무효사항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사례와 같이 장충금으로 적립해야 할 잡수입을 해당 용도 외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임과 동시에 공동주택의 장수명화를 위한 장기수선계획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입주자 및 사용자의 보호와 주거생활의 질서유지, 건전한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제정·개정하는 관리규약에 맞게 잡수입을 사용해 건강하고 투명한 주거 및 관리문화를 이룩해야 할 것이다.